지방선거 공천개혁은 지상과제다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2/04/05 [17:57]

지방선거 공천개혁은 지상과제다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2/04/05 [17:57]

  © 충청의오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서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제8회 지방선거는 대선 기간 중이었던 지난 2월 1일 광역단체장 및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에 이어 2월 18일 시·도의원, 구·시의원 및 장의 선거 예비후보 등록, 지난 3월 20일  군의원 및 장의 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사실상 3월 9일 대선이 끝나면서 예비후보들의 등록이 본격화되고 지방선거가 막이 올랐다. 곳곳에 대형 현수막이 나붙어 선거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지방정가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참으로 다양하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구시대적인 단골 인물을 포함하여 인지도가 떨어지고 각종 범죄경력으로 지저분한 편력을 갖고 있는 후보들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전근대적인 양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년마다 펼쳐지는 선거향연에서 이른바 아웃사이더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인 듯싶다. 국회의원에 낙선하면 구청장이나 광역시장 등 단체장 지방선거에 나서고 지방선거에서 낙선하면 총선에 나서고 있다. 그러니 등장인물들을 보면 늘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당연히 유권자들은 식상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고 선거후 논공행상을 노리는 인물들만 이 캠프 저 캠프 기울거리는 모습이 여전하다. 2년마다 펼쳐지는 대한민국의 선거판의 자화상이다. 여기에는 좌우나 진보·보수의 논리가 아니라 누가 승자가 되느냐가 최대의 관건이 되고 있다. 세상은 변하는데 선거판만은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해서 민주주의 발전의 초석으로 삼아왔다. 8회째를 맞고 올해는 지방자치 부활 31년을 맞는 해이자 지난 2020년 12월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의 해이기도 하다. 1952년 최초로 구성된 우리나라 지방의회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중단된 뒤 30여 년 만인 지난 1991년 4월과 7월 기초 및 광역의회가 재구성되면서, 올해로 부활 31년을 맞았다. 지난 31년간 민주주의 토양 아래 뿌리를 내린 지방자치는 올해 역사적인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더욱 막강해졌다. 중앙정치에 몰입되어 강화된 지방정부의 위상을 간과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엄청난 변화로 명실상부한 주민자치시대에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어느 역대 지방선거보다 매우 중요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만큼 대통령선거 못지않게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망이 매우 커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과거 낙선에 따른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장이 되거나 입신양명의 허상을 쫓는 인물들의 각축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훌륭한 인물들이 곳곳에 많다. 전문적인 식견이 출중한 인물에서부터 덕망이 높은 사람, 숨은 일꾼들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에 포진해 묵묵히 일하고 봉사하며 나라발전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의 정치풍토를 살펴보면 좌우나 진보·보수의 진영논리에 갇혀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배척을 당해왔음을 숨길 수 없다. 그러다 보니까 훌륭한 인물들이나 지도자들을 양성하는데 실패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판에서는 참신한 인물난을 겪어온 것이다. 중앙정치는 물론 지방정치도 마찬가지였다. 늘 줄타기와 세몰이 정치로 지방정치에서도 중앙정치 못지않은 갈라치기로 분열과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소모적인 행정의 난맥상을 그려왔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공직사회가 요동을 쳤다. 편 갈이로 정실인사가 판을 치고 인사상의 불이익은 물론 보직도 달라졌다. 논공행상의 캠프맨들이 들이닥쳐 자리를 차지하고 정규직 공직자들만 좌불안석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폐해가 근절되지 않고 병리현상을 낳았다. 아마도 이번 선거가 끝나면 줄을 어디에 섰느냐에 따라 공무원들의 위상이 달라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은밀한 줄서기에 약삭빠른 공무원의 정치개입불가는 사실 말뿐일 정도다.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으로 이번 선거 이후에 막강한 권한이 지방정부에 주어진다. 그만큼 이번 지방선거 선출자들의 권한도 커진다. 이런 권한을 행사하는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어떠한 인품과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덕망이 높고 지역사회에서 존경을 받는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 한때 시장을 했거나 구청장, 군수, 지방의원을 했다고 막연하게 선택할 일이 아니다. 각종 이권에 개입해 한탕을 노리고자 하는 인물들이나 이른바 악덕 사업가, 성범죄자 등 범법자, 정상모리배, 사기꾼, 그리고 인성이 잘못된 사람들은 퇴출시켜야 한다. 각 정당에서는 벌써 나름대로 경선원칙과 배제원칙 등 공천 규칙을 정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과감히 도입하고자 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단은 환영한다. 참신한 인물들과 청년세대 그리고 장애인 등 소외된 계층을 위한 공천원칙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민주주의 발전의 초석이자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다. 구태의연하고 전근대적인 공천방식으로는 수준 높은 유권자들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한다. 말없이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오는 5월 10일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면 여당과 야당이 위상이 뒤바뀐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라는 점에서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교육감 선거도 함께 한다. 교육감예비후보들도 넘쳐난다. 변화의 시대를 겨냥한 제 8대 전국지방동시선거는 역대 어느 지방선거보다 중요한 역사적인 의미가 주어지고 있는 만큼 ‘묻지 마 투표’나 ‘패거리 정치’의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독일에서는 지역의 지도자들이 인생의 마지막 봉사자라는 의식을 갖고 선거에 임한다고 한다.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교만하지 않고 덕망이 높은 훌륭한 인물들이 선출되어야 한다. 머리만 숙인다고 겸손한 것이 아니다. 입술에 꿀을 바르고 배에는 칼을 차고 있는 표리부동한 구밀복검(口蜜腹劍)의 인물이나 부도덕한 인물들은 과감히 걸러내야 한다. 각 정당들은 말로만 변화와 혁신을 주장하지 말고 이번 지방선거 공천개혁을 통해 구태정치를 탈피하고 새로운 지방정부 시대를 위한 참된 인물들을 유권자 앞에 제시하길 강력히 촉구한다. 무엇보다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덕망이 있어야 한다. 장애인 등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할 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까칠한 인물은 ‘아니올시다!’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공천개혁이 지상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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