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의 시각에서 바라본 구중회 시인의 해질녘 오디션 中드라마구조로 인생여정에서 겪는 삶과 죽음이라는 숙명의식을 역설적 기법으로 극화한 감동의 서정적서사시구중회시인 (공주대학교 국어교육(국문)학과 명예교수, 백제기악 문화원장)은 해뜰녘부터 해질녘을 바라보지만 아직도 한낮의 중천에 떠있는 해처럼 후학교육과 백제기악연구에 열정을 쏟고 있는 학자이다. 그런 그가 인생여정의 과정을 다룬 서정성이 짙게 베인 ‘해질녘 오디션 中’ 이라는 시를 통해 숭고한 일대기적 서사적 드라마를 그려냈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서재에서 유유히 흐르는 금강 물을 바라보며 해질녘을 응시하며 인생 드라마 해질녘 오디션과정을 사색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건 바로 자연의 순리와 삶의 순환과정에서 다사다난하게 겪어온 그의 삶의 군상(群像)들을 인생드라마 시라는 자신만의 독창적 장르를 통해 정립하고 있지 않았겠나하는 생각이다. ‘해질녘 오디션 中’은 드라마 구성형식의 발단, 전개, 절정, 하강, 대단원으로 잘 구조화된 느낌을 받는다. 발단 부분에 드라마의 에필로그처럼 해질녘에 금강이 바라보이는 서재에서‘ 어느 시인의 묘비명’이라는 시인의 독백을 통해 시인의 삶의 여정을 복선화하였다.
그리고 제1부의 ‘당신의 일대기’의 여러 소재 들을 통해 드라마 발단의 본 장면들이 이루어지고 제2부, ‘당신의 지식가계’에 이르기까지 드라마의 본격적인 전개가 장면화 되었다. 이어 제3부, ‘당신의 추억’ 전반부 시를 통해 드라마의 절정에 이르면서 후반부의 시는 드라마의 하강으로 마무리 되면서 해질녘의 역설적 행복의 서정적 감동을 주는 차성환 선생의 ‘생의 꽃송이가 피는 순간‘이라는 해설의 대단원으로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며 여운을 남기게 한다. 그의 인생 드라마 형식의 시의 주제 의식은 제2부, 즉 드라마 전개부분의 극적구조화 장면의 ‘이끼를 위하여’와 제3부, 하강부의 ‘영구차에서 바치는 노래’에서 분명하게 극화되어 있다.
‘이끼를 위하여’는 세상의 권력과 부귀에서 소외된 자들을 이끼에 비유하여 그들의 한의 삶을 그려냈다. 이끼라는 약자들이 원시림의 숲속 어두컴컴한 곳에서 비록 무명으로 납작 엎드려 있지만 나름 힘겨운 전신으로 중천에 해 뜨는 빛을 향하여 나가고자 몸부림치는 애련의 모습으로 장면화 됐다. 이처럼 이끼들이 해뜨는 중천을 향하는 바둥대는 삶의 모습을 관조하는 극중 등장인물 시인은 뒤련 한켠에서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훔쳐내고 있는 장면에서 독자 즉, 시청자들의 가슴을 멍하게 만들었다.
‘영구차에 바치는 노래’는 극중 인물 시인이 해질녘 오디션을 완전히 마치고 불어오는 바람에 수의(壽衣)깃만 날릴 때 일어나서 악수할 수 없지만 조문객을 만나는 순간이 매우 반갑고 행복하며 감사하다고 독백적 어조로 처리되어 단순한 역설적 기법을 초월한 죽음의 역설을 숭고한 마음을 장면화 했다. 이 장면에서도 등장인물 시인은 자연의 순리에 의한 인생의 해질녘 오디션을 무사히 마무리 하지만 관속에서 다소 삶의 미련과 회한에 대한 외로운 사자(死者)의 눈물을 한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러므로 시청자인 필자역시 하강부의 장면에서 가슴속에 에이어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없다.
이처럼 구중회 시인의 ‘해질녘 오디션 中’이라는 시는 해가 떠오르는 시점부터 중천에 뜰때와 해질녘까지의 시인의 삶의 여정에 대한 군상(群像)을 드라마 구조로 장면화와 삽화처리했다. 따라서 그의 시는 삶과 죽음에 대한 숭고한 메시지를 남겨주는 서정적 감동의 시극 드라마로 극화해도 손색이 없다.
구중회 시인의 ‘해질녘 오디션 中’ 주요 극적인 장면을 시청한다.
이끼를 위하여
원시림의 숲 속 어둑컴컴한 곳 키 큰 나무나 우거진 풀들도 아니고 키라고는 거의 없고 납작 엎드린 이름 없는 이끼류
그래도 키를 키워 빛을 향하여 위로 좌우로 넓히면서 팔뚝을 뻗어본다 삶은 소중한 것이라고
원시림 숲에 속해 있지만 도시 속 달동네에 사는 사람처럼 원시림 바깥에서 살고 있다 이름 없는 이끼 종류
당신의 보물찾기
새벽녘 밤을 깨어 내 사진을 꺼내 보았다
소풍 나와 보물찾기만 했던 생각이 난다.
보물찾기로 시간 낭비만 했던 날들이 사진 속에서 마구마구 튀어나온다.
날이 바뀌어 집을 나설 때 보물 한 점 찾지 못한 내가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잔인한 꽃순
달빛은 고사하고 어둠조차 모르는 자리에서 꽃순은 혼자 숨어서 아프게 돋아납니다.
이빨 틈새로 새어나오는 소리 솜으로 싸서 핏망울 감추고 꽃순은 혼자 숨어서 아프게 돋아납니다.
아, 그 무한한 산통을 겪으며 꼭 돋아나야 할 이유도 모르면서 꽃순은 혼자 숨어서 아프게 돋아납니다.
꿈으로 또 꿈꾸기
설마 다음 정류장에서는 차를 세울 기회가 생기겠지요.
출구에 불빛 켜서 알리겠어요. 계룡산과 금강물이 마르고 닳도록
바깥 어둠과 눈비가 퍼붓고 뒤덮을지라도 없었던 새로운 들과 길이 생기지 않더라도
당신의 손 편지
이 푸른 하늘은 누구의 것입니까?
이 산과 강은 누구의 것입니까?
지금 이 시간 이 여행길
도대체 누구의 음악이며 그림이고 의지입니까?
영구차에서 바치는 노래
꽃으로 치면, 별로 치면, 단풍으로 치면 지금은 낙하 훈련 중입니다.
이 장엄한 순간, 만나 뵈니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일어나 악수할 순 없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수의壽衣 깃이 날립니다.
꽃으로 치면, 별로 치면, 단풍으로 치면 지금은 해질녘 오디션 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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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환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
mnh23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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