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행정수도’ 개헌 사실상 ‘불발’

차성윤 기자 | 기사입력 2018/04/03 [23:23]

세종시, 행정수도’ 개헌 사실상 ‘불발’

차성윤 기자 | 입력 : 2018/04/03 [23:23]
▲ 세종시 야경     © Daily 충청


세종시 행정수도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한 방향으로 기울었다.


수도를 국회가 정하도록 한 대통령개헌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자체 당론으로 정한데다 자유한국당이 한 발 더 나아가 수도를 서울로 명문화하는 방향으로 개헌안을 확정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도 규정을 법률로 위임하는 정부개헌안을 발의한 데 이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3일 헌법에 서울을 수도로 명시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한국당 개헌안에는 2004년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으로 결정한 근거가 됐던 관습헌법을 성문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헌법적 사실로 고착화하겠다는 얘기다.


대신 수도 기능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는 내용을 법률로 정하기로 했다. 세종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연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전략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배재대 행정학과 최호택 교수는 “대통령개헌안이 수도를 국회에서 정하라고 떠넘긴 상황에서 한국당이 수도 서울 명문화로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6월 동시 개헌투표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수도 서울’이란 이슈 제기를 통해 수도권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는 원 포인트 전략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재진 원장도 “여야 후보들이 대선과정에서 세종시 행정수도에 합의해 놓고는 선거를 앞두고 실현가능성 없는 법률위임이니 한 발 더 나아가 수도 서울을 고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수도권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충청권은 물론 국가균형발전을 염원하는 지방의 입장에서는 권력구조 개편보다 행정수도 개헌이 더 중요한 의제”라며 “여야가 공히 서울중심의 중앙집권적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말 수도 명문화를 당론으로 정했던 민주당도 대통령 개헌안을 당 자체 개헌으로 삼은 마당이어서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등을 세종시로 옮기는 수도 이전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달 29일 “대통령 개헌안은 민주당 당론을 전폭 수용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대통령 개헌안이 여당과 다르면 그것이야말로 당청 간 엇박자 개헌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 개헌안으로 국회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미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꾸린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까지 가세하면서 개헌협상이 4교섭단체, 5당 참여로 확대됐지만 행정수도 개헌이 핵심의제에서 밀려난 상태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실제 국회 개헌협상은 ▲권력구조 개편 ▲권력기관 개편 ▲선거제도 개편 ▲개헌투표 시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이 수도 규정을 국회에 넘기고, 제1야당은 수도 서울을 고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된 셈이다. "행정수도 개헌보다 수도 서울 명문화를 막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심경수 교수는 “한국당 개헌안은 현상을 유지하자는 것이고 사실상 민주당 개헌안인 대통령개헌안은 애매한 것”이라며 “행정수도 개헌을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수도를 정하라는 대통령 개헌안은 예전(노무현 정부)처럼 서울세력과 지방세력 간 투쟁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상황은 충청권에서조차 행정수도 개헌을 절대 지지하지 않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어 더 위험하다”고 했다.


세종시의 정책적 실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종시가 주변지역을 행정수도 개헌의 우군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충남대 심경수 교수는 “참여정부가 충남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한다는 이유로 대전이나 충남에 혁신도시를 배치하지 않았다”며 “이제 와서 세종시가 혁신도시 등 지방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할당에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 등 상생발전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다보니 세종시로 인해 얻을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배재대 최호택 교수도 “세종시는 주변지역의 도움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소탐대실한 것”이라며 “2004년 신행정수도 건설과 이명박 정부 수정안에 공동으로 대응했던 충청민심이 왜 달라졌는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기 위해 한국당의 대통령 권한 분산·축소를 일정부분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은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을 개헌의 최대 이슈로 내세우고 있다. 총리를 국회가 선출하고 내치를 총리에게 위임하는 책임총리제를 구현하자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차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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