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몸가짐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23/05/14 [11:30]

공인의 몸가짐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23/05/14 [11:30]

  © 충청의오늘

사회구성원 중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계층이 있다. 바로 공인(公人)이다. 무어라 말하지는 않지만, 대중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인 공인에게는 일반인들보다 더 지켜야 할 규범이 많다. 명시적으로 무엇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상식을 벗어나거나 도리를 벗어나는 행위를 삼가자는 뜻이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기업인, 종교인, 심지어 스포츠맨에 이르기까지 해서는 안 될 행위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다. 과거에 있었던 학폭과 관련해 작금에 프로야구계에서 선수가 퇴출당하기도 했다. 국내 프로배구계에서도 하루아침에 쫓겨난 스타급 여자배구선수도 있다.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미투 사건에서부터 도박, 마약 등에 이르기까지 그 사례가 참으로 많다. 퇴출당하여 다시 돌아오기까지 참으로 쉽지 않은 길을 걷게 됨을 본다. 정치인의 부패사건은 더 비극적이다. 뇌물 사건으로 감옥에 가고 패가망신하는 유명정치인들도 있었다. 심지어 유명을 달리하는 예도 있다. 공직자의 잇따른 자살 사건도 마찬가지로 많은 여운을 남긴다. 그만큼 공인의 길은 험난하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이 정치인들이다. 이 가운데 국회의원은 그야말로 엄청난 특권의 정치인들이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각종 특혜와 면책특권, 불체포특권 등으로 포장된 인물들이다. 국회의원 1명당 4급 보좌관 2명과 5~9급 비서관 6명, 인턴 1명까지 모두 9명의 보좌진이 붙어 있다. 세금 7억 원을 쓰는 회사라고 칭하기도 한다. 자신들이 법을 만든다고 해서 모든 법이 자기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놓았다. 국회의원 수도 야금야금 올려 벌써 300명에 달한다. 밤잠 안 자고 국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다면 그 무엇이 아까울까 싶지만 기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욱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제 폐지와 무보수명예직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회와 정당들은 오히려 국회의원 수를 늘리겠다는 정치개혁론을 슬그머니 내놓고 국민의 간을 보고 있다. 참 머리가 이상한 쪽으로 발달한듯해 씁쓸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모범적인 사람이 정치인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대장동 사건이 온 나라를 뒤집어 놓더니 이제 재판을 통해 공방이 치열하고 끝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사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여기에다 당 대표 선거를 둘러싼 돈 봉투 사건은 정치 이면에 감춰진 추악한 권모술수 정치의 부패 단면을 보게 된다. 드러난 내용만 보더라도 결코 간단히 넘어갈 사안이 아닌데도 마치 정치공작인 양 몰고 가는 모습들이 추하기 그지없다. 방귀 뀐 자가 성질낸다는 식이다. 아무런 죄도 없는데 죄를 만들어 덮어씌운다는 식의 항변이 나오고 있어 고소를 금치 못한다. 돈 봉투 사건과 관련 작당하는 내용을 담은 녹음 파일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을 잃게 하는 중대 사안임에 틀림이 없다. 이를 교언영색으로 본말을 호도하려는 작태는 당장 멈추어야 한다.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은 그 누구라도 단호한 법적 처벌과 함께 퇴출해야 마땅하다.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상 모리배들의 준동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모든 법을 동원해서라는 단죄해야만 한다.

 

부정부패의 연쇄 고리가 유독 정치권에서 많은 이유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돈 봉투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코인 사태까지 등장해 온통 난리다. 재산등록에 빠진 60억 원의 코인을 갖고 있느니 무상으로 받았다느니 엄청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해당 국회의원의 항변에 대응하는 전문가들의 문제점 지적과 함께 이해충돌 문제와 위법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모르고 있다. 공직자 재산등록에도 없던 돈이 생긴 배경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작 해당 의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당당하니 참으로 아리송하다. 만일 문제가 심각한 사안인데도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식이라고 한다면 정말 정신적으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도덕 불감증이나 공인의식을 갖추지 못한 수준 미달의 국회의원으로 당장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들만 놓고 보더라도 그 일련의 행각이 상식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이런 행태로 국회의원들의 일탈 행위들이 드러나면 대부분이 항변하며 후안무치한 작태를 보여 온 경우가 자주 있다. 도대체 이런 무책임한 자세는 어디서부터 출발하는지 국민은 의아해하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난다고 생각하는지 철면피가 따로 없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은 보면 또 언제 어떤 양태의 부정이 드러날지 모른다. 지금의 사태들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각종 펀드 사건도 연루자들이 분명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는데도 흐지부지 넘어갔다. 다시 들여다보아야 한다. 

 

특히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정치지도자의 길을 걸어가는 공인들은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시정잡배처럼 행동해서는 국민 앞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이 필요하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돈 봉투를 돌리고 이상한 코인거래로 치부하고 권모술수로 국정과 지방행정을 농락하는 부정부패 정신으로는 건강한 정치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청렴과 도덕성은 공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는 말이 있다.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바로잡지 말라'는 뜻으로 행동을 바로 하며 오해를 살 행위를 하지 말라는 교훈적인 말이다. 공인의 몸가짐과 도덕성이 이래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인의 모습을 보면 이래저래 위기 상황이다. 각종 문제 발언으로 평지풍파를 일으켜 징계받는 인물들이 있는가 하면 대립정치의 선봉장이 되어 분열과 반목의 사회를 조장하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국민은 전세 사기로 고통을 받고 앞으로 역전세대란의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고 있는데도 정치인들은 도토리 키재기만 하면서 매화타령만 일삼고 있는 형국이다.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허상의 정치인들이 창궐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올바른 공인을 찾기 위해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내년 4월 총선은 여야를 막론하고 함량미달자나 부도덕한 부패 인물을 모조리 퇴출하는 심판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비민주적인 국회와 비효율적인 정당정치의 개혁, 부패한 국회의원과 정상 모리배 청산이 없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치발전은 요원할 뿐임을 명심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김헌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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